[임신20주] 임산부 감기 걸리면 어디로 가지? (+화나는 병원 썰)

임신 전엔 감기에 걸려도 바이러스 때문인 걸 알기에
그저 비타민 좀 먹고 시간이 해결하길 기다렸지만,

임신을 하고나니 기침도 태아에 안좋다고 하고
특히 열도 나고 두통이 있는 건 더 안좋을 거 같아서 걱정이 됐다.

6월 23일 일요일 오후부터 시작된 감기.
밤새 열 나는 상태로 땀을 뻘뻘 흘리며 자고 일어나서
아침까지도 머리가 계속 아파서 결국 출근도 못하고
6월 24일 월요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그런데, 임산부는 아프면 어디로 가야하지?
검색해봤더니 원래 가는 산부인과를 간다는 사람,
내과나 이비인후과 간다는 사람 모두 다양했다.
나는 특이하게도 집주변에 내과나 이비인후과가 마땅하지 않고, 오히려 평소 가는 분만 산부인과가 집근처라 산부인과로 갔다.
아무래도 이비인후과 약은 강한데,
산부인과에선 임산부에게 안전한 약을 줄 것 같기도 하고.


임산부가 감기 때문에 병원 가면 죄인가요?
당일 접수라 담당 교수님이 아니라 당일에 봐줄 수 있는 다른 교수님으로 배정됐고, 오랜 기다림 끝에 차례가 돼서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의사선생님이 하는 말.

👨‍⚕️한국은 이게 문제예요.
미국이었으면 이렇게 오늘 초음파 보고싶다고 전화하면 한달뒤에나 오라그래요.
당일에 가야한다?
그럼 10-20만불 내고 응급실 가야하는데 그돈 내겠어요?
🤰???
👨‍⚕️ 전 세계 어디도 이런 편리한 의료 시스템이 없어요.
외국인들은 다 그렇다고 해요.
근데 사람들은 받는 게 없다고 불만만해.
곧 이 시스템은 붕괴할거예요.
🤰 아.. 네..
👨‍⚕️ 내가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 감기로 오셨잖아요?
감기로 누가 병원에 가요. 원래도 병원에 가요?
감기는 원인이 여러가지인데 그냥 조금 호전시킬 순 있어도 낫게하는 약은 없어요.
그냥 약국에서 파는 종합감기약 처방해드릴 수 있어요.
그거라도 처방해줘요?
🤰 아.. 네 근데 어떤 약을 먹어야할지 모르니까 왔죠..
👨‍⚕️ 산모들이 그게 문제예요.
사실 임산부한테 좋고 안좋은 약은 없어요.
임산부한테 임상 실험을 했겠어요?
ㅇㅇ님이라면 임상실험 참여하겠어요?
그저 동물실험 된 약을 먹으라고하는데,
지금 20주면 기형 생길 확률도 적고 그냥 아무거느 드시면돼요.
열나면 해열제 드시는데 지금은 미열이라 (병원에서 쟀을 때 37.3도) 안드셔도 돼요.
🤰아..네.. (언제 먹으라는거지 그럼..)

그 후에도 10분 넘게 우리나라 소아과가 없어지고 있는 이유,
우리 나라가 제왕절게가 많은 이유 등
알 수 없는 잔소리를 듣고 종합감기약만 처방 받고 나왔다.

임산부가 뱃속에 애기 걱정돼서 감기 때문에 병원 간게
그렇게 잘못인가?
15분간 잔소리를 들어야할 만큼??
이 세계 1위 저출산국가에서 임산부의 두려움과 고통을 줄여주는 비급여항목도 제외하고,
병원에선 왜왔냐 쿠사리나 주고 ㅋㅋㅋㅋ
이게 현실입니까?

모든 게 걱정 투성이인 초산 임산부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 게 너무 많은 바람이었을까?

설령 인터넷에서 타이레놀을 먹어도 된다고 하더라도
의사선생님한테 직접 들을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게
임산부 아닐까?

모든 의사선생님들 너무 고생하시는 거 알지만,
“원래 다들 걱정하시는데, 이런이런 건 괜찮고 이럴땐 약 드셔도 돼요”
의사한테 그냥 그 한마디 들으려고 아픈 몸 이끌고 병원에 가는 건데

졸지에 찾아보지도 않고 조금 아프다고 병원에 쪼르르 달려온 극성 임산부 취급을 당한 거 같아서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속상하다.

그날 기력이 없어서 가만히 듣고 나온 게 한이 맺힌다.


암튼 임산부 감기에 대해 이번에 배운 건
1. 38도 넘어가면 타이레놀 먹어라! (양수가 뜨거워지면 안된다네요)
2. 병원에서 처방받은 액티피드(정)은 임산부에게 흔히 처방받는 약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콧물, 감기, 기침 등 증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임산부 화이팅🥲